Q. 단체와 목사님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기독교 반성폭력 센터는 S 교회 J 목사 사건을 계기로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을 전적으로 담당하는 단체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2년 전에 발족을 하게 되었습니다.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가장 중심적으로 하고 있고, 교회 내 성 문화, 성폭력 문화에 대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여러 활동들 또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예장 통합의 노경신 목사입니다. 새민족교회에서 부목사를 했고, 기독여민회에서는 총무를 했고, 전국 대학 기독학생회의 활동조직인 KSCF에서는 오랫동안 대학부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지금은 KSCF의 협동총무이기도 하고, 기독교 반성폭력 센터에서도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은 교회의 보수적이고 성 차별적인 문화로 인하여 회피되거나 은폐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이 있어왔습니다. 기독교 반성폭력 센터는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드러내고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하여 창립되었는데, 센터 개소 과정에서 기독교인들의 반대는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기독교인들의 반대라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찬성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교회가 자정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적극적으로 반대할 입장도 아니었죠. 저희가 교회를 직접 찾아가서 성인지 감수성 훈련을 하기도 하고, 교회 내에서의 성차별 등을 설문조사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럴 때에는 굉장히 강한 반감이 있었습니다. 반면, 저희의 방문을 계기로 ‘아, 내가 지금까지 교회에서 받았던 불편한 감정들이 이런 거였구나’라고 알게 되었다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Q. 어떤 프로그램들을 진행해오셨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또한 앞으로는 어떤 것들을 하실지, 이를 통한 기대 효과는 무엇인지 소개해주세요.
저희 단체는 피해자 지원사업을 제일 중심에 놓고 있습니다.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은 굉장히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피해 당사자가 알아차리고, 누구와 함께 할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등에 있어서는 그저 숨죽이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요. 그래서 저희는 일단 홍보를 해요. “이런 부분이 있을 때 그것이 바로 성폭력입니다. 이럴 때 저희 단체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도와드릴 때는 일단은 전화로 해주십시오”라고 하는 홍보를 먼저 하고 있습니다.

또한 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만들었는데요,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교회에서는 쉬쉬하려는 분위기가 강하거나 조직적으로 무마하려는 경우도 굉장히 많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성폭력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책인데요(『미투, 처치투, 위드유』), 교회 내 성폭력 해결을 위한 가이드북이예요. 여러 사건 사고들을 소개하고 있고,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 잘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가이드북을 많이 이용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또한 성인지 감수성 훈련과 피해자들이 함께하는 심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피해자들끼리의 모임이라는 뜻을 담아 자조 모임이라고 합니다. 심리프로그램을 통해서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목회자의 범죄행위라는 것을 알려가고 있고, 심각한 후유증을 지닌 분들의 경우에는 회복을 위한 치료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성인지 교육의 대상은 목회자인가요, 피해자나 교인들인가요?
세 가지 다 하고 있어요. 그러나 피해자중심의 성인지 훈련이라고 보통 부르는데, 왜냐하면 우선적으로 본인이 성폭력 피해자라는 인식을 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목회자가 이미 그렇게 관계를 만들어 놨기 때문에, 피해자는 내가 목사님께 사랑을 받았다, 간택이 되었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피해자 중심의 성인지 감수성 훈련 프로그램을 꼭 진행합니다.

그리고 교회 내의 목회자들, 목회자 중심의 성인지 감수성 프로그램도 진행합니다. 보통은 목회자들이 교육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래도 교회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받아보겠다는 분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교인들을 대상으로도 성인지 감수성 훈련을 합니다. 성인지 감수성 훈련의 내용은 안전해야 할 공간인 교회 안에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것들이 성폭력일 수 있고, 그것이 사회에서는 상당히 큰 폭력으로 간주되고 있기도 하다 등 이런 부분들을 알리는 것입니다.

Q. 적은 인원으로 센터를 운영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해 오신 것을 보았습니다. 여러 문제를 분산적으로 다루신 이유가 있는지,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단체를 유지해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많은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왜냐하면 일단 피해자로부터 상담 전화가 와요. 그러면 상담을 하고 난 후에, 이 사건에 대해서 좀 더 심도 있게 다뤄야겠다는 결정을 하게 되면 대면으로 상담을 하죠. 대면상담을 하면서는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를 회의해요. 그런 다음에 심리상담센터에서 하는 자조 모임을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해드리고, 동시에 법적 지원을 하기도 해요. 왜냐하면 고소, 고발사건으로 가야 하는 부분이 있기도 하기 때문에. 변호사 지원을 하고, 법률가 자문도 같이 합니다.

또한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그 교회를 더이상 다니지 못하겠다, 더이상 설교를 못 듣겠고 교회 활동을 못하겠다, 하면 교회의 상위조직인 교단과 접촉합니다. 교단에서 목사를 치리하기 위한 법률적 부분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요. 또한 성폭력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교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남성 중심적인 설교를 비판하거나 여성의 눈으로 성경을 읽고 여성주의 예배를 드리는 등의 캠페인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피해자가 나왔을 경우에는 다각도의 예방조치를 취하기 위해 이렇게 전천후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성폭력 매뉴얼에 대한 홍보와 법률적 지원, 성폭력 피해 이후 나타나는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 지원까지 담당하는 일들을 해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사무실에는 몇 분 안 계세요. 저희가 이 인원으로는 모든 사업들을 해나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여성신학자들과 연대하여 교육을 진행하고, 국선변호나 저희의 전문위원인 변호사 자문단과 함께 법률지원을 하고, 서포터즈를 모집하여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Q. 초교파 단체, 교단 밖의 센터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더라도 실제적인 문제해결을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상담 전화를 통해 들어오는 사건들은 교단이 다 달라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교단에 목사 면직처리 등을 요청하기 위해서는 교단과 협력해야하는데 교단별로 차이가 많이 납니다. 교단마다 치리의 방식도 너무 다르고, 성윤리위원회라든지 성평등위원회라든지 치리할 수 있는 기구와 위원회가 있는 곳도 없는 곳도 있고. 거기에 따라서 저희는 유연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그래서 초교파일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러나 처음부터 교단과 접촉하는 것은 아니고요, 먼저 교회와 접촉하고, 그 교회가 소속된 상위조직인 노회와 이야기를 하고, 그 다음에 교단으로 갑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피해자가 원하는 만큼은 어떻게든 하고자 합니다. 피해자가 교회 안에서, 공동체 안에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하시는 경우가 있고, 목사님을 어떻게든 치리해주십시오라고 하는 경우가 있고. 피해자가 원하는 경우에 따라 노회에 공문을 발송해서 피해자가 이런 것들을 원하니 교회에 이런 것들을 알려주고 공표하고 다 같이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봤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전달합니다. 여기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교단으로 공문을 발송하는 거죠. 그렇게 해서 일을 처리하기도 합니다.

한낱 조그마한 단체가 이것을 해결해주십시오라고 요구하는 것에 굉장히 많은 어려움이 있죠. 그럼에도 저희는 사회법과 함께 교단 치리법이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단 모니터링을 통해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교단에서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해 모니터링을 꾸준히 하고 있고, 그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교단과 협력해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지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사회법으로 봤을 때 상당히 높은 수위의 징계를 받은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지금도 몇몇 교회는 공판이 진행되고 있고 결과를 기다리는 것도 있고요.

Q. 보수적인 교단일수록 성폭력 사건이 더 많이 일어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편인가요?
실제로 그렇죠. 어느 교단이 더 그렇다고 얘기하기는 어려운데, 아무래도 그런 부분이 없지않아 있죠. 여성 목사를 안수하지 않는 교단은 이미 그 교회나 교단 안에서 여성 목회자나 여성 신도를 동등하게 보지 않는다는 인식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여성 목회자가 있는 교단보다는 그렇지 않은 교단이 여성에 대한 권위의식이라든지 평등의식이 많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현재 ‘있는’ 교회 내 성폭력을 가시화하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잇는’ 교회를 꿈꾸며 본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목사님이 꿈꾸시는 교회는 어떤 모습인가요?
교회를 꿈꾼다기보다... 이것은 검찰청 통계인데요, 성폭력 직업군 1위가 목회자예요. 교회 내에서 이런 일이 너무나 많이 일어난다는 얘기잖아요. 저는 굉장히 당황스러워요. 목회자로 인해서 교회 내부가 얼마나 썩어 있으면... 굉장히 통탄한 부분이고요. 앞으로의 교회 전망, 이렇게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전폭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사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솔직히.

성폭력은 하나의 현상인 거죠. 이 현상이 발생하기까지는 끊임없이 교리로 은폐하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많이 쌓여 있었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교회의 모습을 꿈꾼다기보다, 현재의 이 사안에 대해서 열심히 하는 것만이 희망을 볼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성폭력 없는 교회, 안전한 교회, 여성을 더 이상 차별하지 않는 교회, 평등한 교회라는 희망에 다가가기 위해 계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생각입니다.

Q. 교회 내 여성운동을 잇는 분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한 말씀을 남겨주세요!
현재 한국 사회의 성폭력 사건에서 90% 이상이 여성 피해자이고, 남성이 전적인 가해자로 얘기가 되지만, 성폭력은 힘의 균형을 잃었을 때 나타난다고 생각해요. 힘의 권력, 구조의 문제인 거죠. 그래서 앞으로의 여성 운동 혹은 교회 개혁 운동이라는 것은 사람의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최하위계층, 소외계층, 아웃사이더라고 하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적극적으로 그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의 여성 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체자가 될 수 있는 그런 사회, 평등 사회가 되기 위해 여성 운동이 한 걸음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마 이 성폭력센터도 없어져야겠죠. 앞으로를 이야기하시니까. 인간의 존엄성을 저희 스스로 지키고, 하위 주체자가 중심인 것도 아닌 전체가 아울러져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부분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