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이 있다, 딴지걸기가 잇다."
최순양 교수님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졸업 후 감리교 신학대학에서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기독교신학 중 조직신학을 전공하고 (미국 드류대학) 현재 이화여대와 협성대에서 여성신학과 여성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화여대 대학교회 청년부 담당 목사이기도 합니다.
Q. 일찍부터 기독교 내 젠더 문제를 연구해오셨는데, 해당 문제에 관심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감신대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여학교를 졸업하고 난 이후라서 인지 남학생이 훨씬 더 많은 신학교 분위기가 너무 낯설었습니다. 이후 교회라는 곳이 다른 곳보다도 훨씬 더 남성중심적인 조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이러한 현상은 목회자의 자리에 여성이 진입하기가 어렵다고 하는 현실적 문제로도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감신대 대학원 석사 졸업논문을 “한국 교회내 여성 배제 구조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라고 하는 주제를 통해 여성들이 교회 내에서 어떤 위치에 있고 현실적 문제는 무엇인 지를 여성 목회자를 직접 인터뷰하며 경험을 들어가며 관심가지고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계기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교회 내에서 여성이 처한 현실과 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은 교회의 보수적이고 성 차별적인 문화로 인하여 회피되거나 은폐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이 있어왔습니다. 교회 내 성폭력에 있어서 기독교 신학 또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을 텐데요, 한국에서 처치투운동이 활발하게 이어지지 못한 데에 기독교 신학이 영향을 끼친 부분이 있다고 보시나요?
기독교 신학이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사실 남성중심적 신 이미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20세기 부터는 여성신학이 생성되면서 하나님의 이미지를 남성으로만 상상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현실이긴 하지만, 신학자들이 주로 남성이며 동시에 남성이 하나님에 가깝다고 하는 사고 방식이 가장 큰 이유라면 이유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님 아버지’라고 하는 문자적 호칭이 아직도 당연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목회자도 남성이 더 적합하고, 목회자인 남성은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여성) 평신도에게 어떤 일도 할 수 있다고 여겨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즉 기독교 신학이 하나님을 남성이라고 상정하기 때문에 목회자는 남성이며 신성한 존재이기 때문에 여성 평신도에게 성적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그것이 “성스러운 일” 하나님의 일로 여겨지면서 ‘범죄’로 인식하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모습은 어떤 특정한 성(남성)의 이미지로만 축소될 수 없고, 남성만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존재라는 생각에 문제제기 하여야만 이러한 남성중심적이고 폭력적인 교회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교회 문화 뿐 아니라 기독교 신학 또한 여성 차별적이기에 기독교와 페미니즘은 양립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계신가요?
앞의 질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독교 신학이 남성중심적이며 따라서 여성 차별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여성신학이나 흑인 신학, 우머니즘 신학 등도 기독교 신학의 일부로 나타난 신학적 흐름이기 때문에 기독교 신학은 여성차별이라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 양가적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학이 남성 중심적으로 흘러왔지만 해방신학, 여성신학의 등장으로 소수자와 여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사상에서 나오는 약자 중심의 신학이 나타나게 된 것도 역시 기독교 신학의 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페미니즘 신학, 여성신학의 역할은 그동안 신학이 가지고 있던 남성중심적인 성격을 문제제기하고 바꾸어나가면서도 하나님의 사랑은 여성과 소수자에게 있다라는 생각 또한 불러일으키는 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두 가지 역할). 따라서 페미니즘이 오히려 신학의 남성중심성이나 서열적 사고방식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신학을 변화시키고 개혁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교회 내 여성들의 인식의 변화 등 여러 한국사회의 변화들로 인하여 여성에 대한 교회 내 분위기가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과거 상황과 현재를 비교해 보았을 때 차이가 있다고 느끼시는지, 만일 그렇다면 어떤 차이를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감신대 대학원을 다니고 졸업할 무렵(1996년 즈음)에 교회내 차별적 구조에 대해 조사를 하고 논문을 쓸 때 여성목회자에 대해서 특히 차별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 데 세월이 흘러 지금은 여성목회자나 지도자들에 대한 인식이나 제도적 차원이 조금은 변화가 되었지만 아직도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목회자나 신학생의 비율로 보자면 여성들이 좀 더 많아졌고, 교회 내 참여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조금은 많아진 여성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문제의식을 조금 더 깊게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를 예를 들어보자면, 여성 목회자들이 서로 연대하여 모임과 단체를 꾸리고 그 곳에서 평신도들과 연대하여서 성폭력의 문제를 드러내고 범죄를 저지른 목회자에게 응당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일들을 현실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여성평신도와 목회자들이 주축이 되어 성차별과 성폭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성 평신도들이 젠더감수성을 가지게 됨에 따라서 목회자에게 듣는 설교나 성경공부를 무조건 받아들이기 보다는 자신의 고민과 문제의식에 비추어서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도 어느 정도 형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운동의 어려움, 변화의 더딤 등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계속해서 기독교 내 성차별적 문제에 관련한 연구를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은 무엇인가요?
제가 믿고 있는 기독교의 핵심은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사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자, 약한 자와 항상 함께 하셨던 예수님처럼 여성들이 교회를 통해 보다 더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신앙을 가지게 되는 게 제 소망입니다. 교회 내에 어떻게 보면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이 자신을 찾아가는 신앙을 가지기 보다는 ‘순종적’이고 도피적 신앙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아직은 많기 때문에 그러한 현실을 바꾸어보고자 이러한 연구를 시작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교회 안의 모든 여성들을 바꿀 수는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 시작했고요, 제가 하고 있는 연구나 성경읽기 방식에 공감하는 여성들이 어떻게 보면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교회 내에서 문제 제기를 하고 “이것은 좀 아닌데”라고 느끼는 여성들이 보다 더 활발해지고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바라는 작은 소망이자 힘인 것 같습니다.
Q. 현재 ‘있는’ 교회 내 성폭력을 가시화하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잇는’ 교회를 꿈꾸며 본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교수님이 꿈꾸시는 교회는 어떤 모습인
가요?
여성들이나 성소수자, 가난한 사람들, 소위 사회적 지위가 높지 않은 사람들이 평안하고 건강하게 함께 자신들의 목소리를 나누고 성서에 대한 이야기를 평등하게 나누고 거창하지는 않지만 나를 걱정해주고 나를 위해 기도하는 이웃이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공동체가 제가 꿈꾸는 교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 누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성서를 읽을 수 있는 그런 공동체를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교회 내 여성운동을 잇는 후배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한 말씀을 남겨주세요!
우리가 교회를 전체적으로 획기적으로 다 바꿀 수는 없지만 예전부터 교회가 가진 문제, 남성중심성이나 여성에게 특히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이런 구조를 바꾸려고 했었던 선배분들이 있었고, 많지는 않아도 그 뜻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믿습니다. 여성들을 비하하거나 대상화하지 않으면서도 신앙을 유지할 수 있고, 성서를 읽을 수 있는 그런 공동체를 꿈꾸는 소수의 여성들이 함께 있다는 것이 기쁘고, 많지는 않지만 우리가 이어가고 있는 이 연줄이 계속되어갈 수 있도록 그 자리에 잘 살아계시기를 마음깊이 기도드리고 응원합니다.